'마인크래프트'를 알아야 '악어의 놀이터'를 알 수 있다
최근 유튜브와 인터넷 방송계에서 '악어의 놀이터'가 큰 이슈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악어의 놀이터'는 대체 무엇이고 메타버스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걸까?
'악어의 놀이터(이하 악놀)'와 메타버스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인크래프트'를 알 필요가 있다. 마인크래프트는 말하자면 여러 사람이 모여서 블록을 활용해 각종 롤플레잉을 할 수 있는 게임이다. 건축부터 낚시, 모험 등 블록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높은 자유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게임이기도 하다.
마인크래프트는 '메타버스'의 개념이 없을 때부터 존재했지만, 동시에 '메타버스'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게임이다. 정확한 설명은 어려워도 메타버스가 대충 '가상 세계에서 가상의 캐릭터로 여러 사람과 만나는 것'과 비스무리 하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여러 사람과 함께 대화하고, 다양한 롤을 높은 자유도로 수행할 수 있는 마인크래프트는 메타버스의 시조(?)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인크래프트 서버, 크리에이터들의 만남의 장으로
이전부터 단체가 서버를 만드는 경우는 왕왕 있어왔다. 일반인들이 만들어 배포하는 서버 중에는 전쟁을 컨셉으로 한 전쟁 서버, 농사를 할 수 있는 귀농 서버 등 다양한 서버가 존재한다. 그동안 마인크래프트 유저들만 즐겨왔던 서버 콘텐츠의 파급력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스트리머들이 참여하는 '스트리머 서버'가 운영되고부터이다. 마인크래프트에 일가견이 있는 스트리머&크리에이터 크루인 '양띵크루'는 2019년 '잼잼마을'을, 2022년에는 시즌 2에 해당하는 '불꽃마을'을 오픈했다. 수십 명의 스트리머가 참여하며 규모를 키워간 이 서버에서는 대형 스트리머와 소형 스트리머가 함께 어우러져 시너지를 냈다. 농사를 하고, 그림을 그려주고, 놀이기구를 만들어 이용료를 받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 재화를 주고받았고, 그 과정에서 '메타버스'답게 모든 이들이 소통하고 실제 만남보다 더욱 즐겁게 대화를 이어갔다.
스트리머 '악어'가 만들고 운영한 '악어의 놀이터(이하 악놀)' 역시 스트리머가 참여할 수 있는 스트리머 전용 서버였는데, 마인크래프트 서버에 RPG 적 요소를 더해 큰 인기를 끌었다. 서버에 참여하는 스트리머들은 기본적으로 농사꾼, 어부, 광부, 요리사 중 하나의 직업을 선택해 재화를 얻을 수 있었고, 이러한 기본 직업과 관계없이 나만의 직업을 만들거나 숨겨져 있는 '히든 직업'을 찾을 수도 있었다. 이를테면 유명 성우 '남도형'의 경우 서버에 참여하여 자신의 재능을 살려 심부름센터에서 일했다. 서버 안에서 열린 행사의 진행을 맡거나, 가게의 오픈을 알리는 음성을 녹음해 주는 식. 스트리머이자 유튜버인 '명예훈장'은 히든 직업 '전왕'으로 전직해 몬스터를 사냥했고, 사냥을 통해 얻은 아이템을 팔아 게임 재화를 벌었다. 이처럼 사람들은 높은 자유도 속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서버에 참여했다. 심지어는 서버 안에서 경제에 대한 개념이 형성되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농사꾼의 이익을 대변하는 '농협'과 어부의 이익을 대변하는 '어협'등이 생겨나기도 했다.
평소에는 직접 만날 수 없는 수십 명의 스트리머들이 모여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갔고, 서버 내에서 열린 시합은 25만 명의 시청자들이, 마지막 날 펼쳐진 마무리 공연은 총 20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자리를 지켰다. 이 서버는 유튜브에서도 엄청난 파급력을 보였다. 서버에 참여한 스트리머는 총 105명, 그중에는 유튜브 구독자가 100만명이 넘는 대형 유튜브도 많았다. 이들의 구독자 수만 모두 합쳐도 천만 명이 넘는데, 관련 콘텐츠의 조회수도 이에 따라 수백만을 웃돌았다. 단순히 게임상에서 일어난 일로 취급하고 지나가기에는 엄청난 규모의 숫자고, 파급력이다.
'악놀' 속 메타버스 마케팅
'악놀'은 개인이 운영하는 서버인 만큼 서버비와 인력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서버를 여는 단계에서만 천만 원이 넘는 돈이 투자되었으며, 서버가 유지되고 스트리머들의 참여가 활발해질수록 운영 비용은 늘어갔다. '악놀'의 타개책은 바로 광고였다.
양띵크루의 양띵은 개인 사업을 운영하기도 하는 사업자이다. 그런 양띵은 서버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천만 원의 자금을 투자해 본인의 회장품 회사 광고를 서버에 게재했다. 물론 마인크래프트 서버를 운영해 본 입장으로서 힘을 보태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러한 양띵의 투자는 메타버스 속에서 마케팅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물꼬 트기' 역할을 했다.
기존 악놀 서버에는 배고픔과 체력을 증가시키는 '트수 음식'이 존재했다. '트수 음식'을 먹으면 마인크래프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포만감'을 채울 수 있었고, 몬스터에게 공격당했을 때에도 HP(체력)를 회복할 수 있다. 양띵과 악어는 서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아이템 중 하나인 '트수 음식'을 '유아른 로션'으로 대체했다. '유아른 로션'을 바르면 피부가 재생되며 체력이 재생된다는 설정이다. 서버 내 광고판에 광고를 게재하고, 악놀 서버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기도 했다.
서버에 참여한 스트리머 모두가 사용하는 아이템을 브랜드 상품으로 대체하며 실시간으로 25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유아른 로션'에 대해 알게 됐다. 유튜브로 환산하면 수천만 조회수의 시청자들 대부분이 '유아른 로션'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셈이다. 실제 구매율의 증가 추이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는 이미 엄청난 효과를 불러왔다. 3월 한 달간 약 20회에 그쳤던 네이버 검색량은 3,410회로 약 150배 이상 증가했다. 구글 기준 '유아른' 관련 주제로는 '악어'와 '놀이터', '로션'이 급등했다. '악어'의 '놀이터'에서 유아른 '로션'을 광고했고, 유아른 로션에 대한 실제 검색 빈도수가 대폭 증가했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는 지표이다.
"이게 메타버스지"
서버에 참여한 스트리머들과 시청자들은 하나같이 "이게 메타버스지"를 외쳤다. 서버가 종료된 이후에도 후유증이 남았다고 토로하는 댓글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악놀'의 몰입감은 대단했다. 트렌드로 급부상한 메타버스의 실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대중들에게, '악놀'은 하나의 큰 예시로 남았다. 평소에 실제적인 교류를 잘 못 하는 스트리머들이 함께 모이고, 새로운 세계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역할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메타버스의 매력을 느꼈다.
나는 "이게 메타버스 마케팅이지"를 외쳤다. 메타버스 내에서 이뤄지는 광고, 마케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활발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결국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실제 세상으로 다시 나와야 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메타버스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이를 마케팅하는 방안에 관해서도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현실 상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방안으로서도 메타버스 마케팅이 유효하다는 사실을 '악놀'이 증명해 준 셈이다. 앞으로의 마케팅 트렌드에 있어서도 메타버스 마케팅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메타버스의 몰입도와 자유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틀에 갇히지 않는 마케팅 아이디어를 제시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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